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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평: 피상적인 액션을 넘어선, '폭력의 조건'에 대한 집요한 탐구
넷플릭스 드라마 〈트리거〉는 단순히 ‘한국에 총이 풀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자극적인 상상에서 출발했지만, 그 질문을 놀랍도록 세심하고 치밀하게 밀고 나갑니다.
누군가는 “설정이 과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이 드라마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물음이 꽤 묵직하다고 느꼈습니다.
단순히 범죄자와 경찰의 대결 구도로 흘러가지 않고, **누구나 총을 가질 수 있는 상황에서,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죠.
김남길은 역시나, 감정을 미세하게 갈무리해 전달하는 데 탁월한 배우였습니다. 그의 캐릭터 ‘이도’는 멋진 히어로라기보다 오히려 상처 많고 흔들리는 인간이었고, 그런 점이 오히려 현실감 있게 다가왔어요. 김영광 역시 눈에 띄게 변화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겉으론 느긋하고 능글맞지만, 점점 드러나는 내면의 분노와 슬픔은 보는 이로 하여금 동정심마저 들게 만듭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범죄자를 잡는 데 집중하지 않습니다. 폭력의 유혹에 노출된 평범한 사람들, 이를 제어하지 못해 무너지는 개인, 그리고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이들을 방치했는지를 긴 호흡으로 조명해요. 그 안에서 등장인물 각각이 겪는 내적 충돌은 이 드라마를 단순한 ‘총격 스릴러’가 아닌, 사회적 심리극으로 끌어올립니다.
🎬 줄거리: 총이 풀린 나라, 무너지는 삶들
드라마의 시작은 충격적입니다. 대한민국 한복판, 어느 조용한 마을. 우체국 택배 상자 안에서 군용 자동소총 한 자루가 나오고, 그 총은 어느 날 갑자기 10대 소년의 손에 들어갑니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이 단 한 장면으로 시청자에게 각인되고, 이야기는 그 순간부터 숨 가쁘게 달려갑니다.
주인공 **이도(김남길)**는 전직 저격수 출신의 경찰입니다. 군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로 총을 손에서 내려놓고 살던 그가 다시 총기를 다뤄야 하는 현실에 마주합니다. 반대편엔 **문백(김영광)**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는 겉으로는 유쾌하고 풍자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총기 유통의 핵심에 있는 브로커이자 복수를 품은 설계자입니다.
드라마는 단순한 경찰과 범인의 쫓고 쫓기는 구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사이에서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이 총을 손에 넣으면서 생기는 윤리적 혼란과 심리적 균열이 중심입니다.
총을 가지게 된 청소년, 삶에 지친 노동자, 가정폭력 피해자, 가해자… 그들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드라마는 묻습니다.
“폭력은 원래 그 안에 있었던 걸까, 아니면 총이라는 도구가 그걸 끄집어낸 걸까?”
이도와 문백은 단순한 적이 아닙니다. 어릴 적 같은 아동보호시설에서 자란 과거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며, 이들의 관계는 점점 더 복잡하고 비극적으로 얽힙니다.
결국 드라마 후반부엔 문백이 총기를 통해 세상을 심판하려는 계획을 실행하려 하고, 이도는 그것을 막기 위해 나섭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도는 ‘법과 윤리’라는 기준만으로는 아무것도 막을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은 아주 조용하게 끝납니다. 수많은 혼란 끝에, 이도는 한 아이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 아이는 한때 총을 쥐었던 소년이었죠. 드라마는 이렇게 말합니다.
“끝없는 폭력의 고리를 끊는 건, 감시가 아니라 보호이며, 처벌이 아니라 돌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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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인물 분석
1. 이도 (김남길 분)
- 직업: 총기 범죄 전담팀 형사 (전직 저격수 출신)
- 핵심 성격: 내면은 따뜻하지만, 겉으로는 냉철한 이상주의자
- 트라우마: 군 복무 중 민간인 오폭으로 인한 죄책감
- 주요 서사:
- 드라마 초반, 총기를 다시 손에 쥐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 하지만 점차 사건의 심각성과 과거의 죄의식이 그를 다시 전면으로 끌어들이며, 총기라는 도구와 인간성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게 되죠.
- 상징성:
- 이도는 법과 폭력 사이의 경계선을 상징합니다.
- 폭력을 제어하는 시스템의 일부이지만, 그가 겪는 내적 고통은 제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인간의 감정을 대변합니다.
- 키워드: ‘책임’, ‘속죄’, ‘경계선에 선 정의’
2. 문백 (김영광 분)
- 정체: 무기 밀거래 조직의 중간 브로커
- 겉모습: 유쾌하고 친근하지만 계산적이고 냉정
- 배경: 이도와 같은 아동보호시설 출신.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경험이 강한 반감과 복수심을 키움.
- 심리 구조:
- 문백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입니다.
- 자신의 고통을 외면했던 사회에 **“당신들 모두도 무기만 쥐면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주려 합니다.
- 상징성:
- 그는 사회가 만든 괴물입니다.
- 법, 가족, 교육, 복지 그 어느 것도 그를 지켜주지 않았고, 그는 결국 총이라는 무기를 통해 사회에 응징하려는 비틀린 정의를 품습니다.
- 키워드: ‘복수’, ‘사회적 복제품’, ‘무력화된 시스템’
3. 한서윤 (진기주 분)
- 직업: 프로파일러이자 이도의 동료
- 성격: 이성적이고 단호하지만, 누구보다 감정을 잘 읽는 인물
- 역할: 이도와 문백의 중간에서 감정의 균형추 역할을 합니다.
- 개인 서사:
- 과거 자신이 프로파일링했던 소년범이 자살한 경험이 있으며,
- 그 이후로 ‘데이터보다 사람을 본다’는 가치관을 갖게 됨.
- 상징성:
- 한서윤은 시스템이 인간을 이해하려 할 때 가질 수 있는 최선의 태도를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 정보와 감정의 교차지점에 서 있으며, 극의 도덕적 양심 역할을 수행합니다.
- 키워드: ‘공감’, ‘인지’, ‘회복적 시각’
4. 정민수 (이주빈 분)
- 직업: 고시원 청소 노동자 → 총기 사건의 피해자 → 가해자
- 역할: 극 중 대표적인 ‘일반인 피해자’
- 변화:
- 처음엔 조용하고 수동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 점차 가진 자들과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며 총을 손에 쥡니다.
- 상징성:
- 정민수는 ‘폭력의 조건’을 그대로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 총이 없을 땐 참고, 총이 생기자 폭발합니다. **“사람이 원래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걸 뼈아프게 느끼게 하죠.
- 키워드: ‘불균형’, ‘절망’, ‘잠재된 분노’
5. 오창호 (전석호 분)
- 직업: 중견 정치인
- 외형: 정의와 공공안전을 외치는 인물
- 내면: 총기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계산된 모습
- 상징성:
- 그는 ‘혼란 속에서 권력을 더 움켜쥐는 자’입니다.
- 총기 규제를 주장하면서도, 사건을 언론에 퍼뜨리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는 모습은 현실 정치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 키워드: ‘위선’, ‘권력 욕망’, ‘외면된 진실’
🧠 인물 간 상호작용 요약
인물상호작용 대상관계 설명
이도 | 문백 | 과거의 인연이자 현재의 적. ‘닮은 꼴’ |
이도 | 한서윤 | 감정적으로 서로 보완. 윤리와 법 사이 균형 |
문백 | 정민수 | 비슷한 상처를 가졌지만, 정민수는 문백과 달리 멈춤 |
정민수 | 한서윤 | 잠깐의 공감 이후 엇갈림. "알아준 사람" |
오창호 | 이도/문백 | 모두의 사건을 이용하려는 외부 권력자 |
🎯 결론: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사람’
〈트리거〉는 인물 하나하나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이 사회 안에서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한 인간’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누가 선이고 악이다 딱 잘라 말하기 어렵고, 그래서 더 설득력 있어요.
총이라는 극단적인 소재를 통해, 인간은 어떤 조건에서 무너지는지를 묻습니다.
그리고 그 답은 결국 인물들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