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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조각도시

 

디즈니에서 새로 내놓은 한국 드라마 조각도시는, 처음 예고편만 나왔을 때부터 꽤 묵직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화려한 배경이나 유머로 분위기를 끌어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도시의 어두운 이면과 인간의 가장 깊은 곳을 짚어내겠다는 뜻이 분명해 보였다. 실제로 시리즈가 공개되고 몇 회만 지나도, 이 드라마가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서 ‘인간은 어디까지 부서질 수 있으며 그 조각들을 다시 모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던진다는 걸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1) 줄거리 — 부서지고 흩어진 한 남자의 삶, 그리고 그 조각을 되찾는 여정

드라마의 중심에는 **박태중(지창욱)**이라는 한 남자가 서 있다. 어찌 보면 정말 평범한 인물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성실했고, 특별히 악의를 품거나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 성격도 아니다. 긍정적인 기질은 아니지만, 최소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 애쓰는 그런 사람. 그런데 이 ‘평범함’이야말로 드라마에서 가장 잔인한 대비를 만들어낸다. 아무리 평범했어도, 한순간의 덫에 걸리면 인간은 얼마나 쉽게 파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느 날, 태중은 자신이 전혀 관련 없는 범죄의 용의자로 지목된다. 문제는 이 사건이 아주 단순한 오해나 우연의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설계한 ‘작품’처럼 그의 일상 구석구석이 체계적으로 무너진다. 일자리는 물론이고 인간관계, 명예, 삶의 기반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린다. 믿었던 몇몇 사람들은 태중을 눈앞에서 피해버리고, 그는 본인조차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된다.

 

하지만 감옥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는 서서히 깨닫는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가 철저하게 그의 삶을 조각 내기 위해 만든 시나리오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배후에는 **안요한(도경수)**이라는 이름이 있다.

요한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인간을 감정 없는 퍼즐 조각처럼 다루는 인물이다. 사람의 취약한 부분, 상처, 약점을 집요하게 관찰해 그걸 파고드는 데 능숙한, 조각가 같은 존재. 태중의 삶을 완전히 부숴버린 것도 결국 요한의 의도적인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태중의 감정선은 절망에서 분노로, 분노에서 차가운 결심으로 이동한다.

감옥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태중은 한 가지 목표만 붙잡는다.

 

“나를 이렇게 만든 놈을 찾아, 모든 걸 되돌린다.”

하지만 복수의 길은 단순하지 않다. 태중이 파고들면 들수록 사건은 더 복잡한 구조를 드러낸다. 요한은 결코 혼자 움직인 인물이 아니었고, 태중 주변의 인물들 중에도 그 사실을 알면서 침묵한 이들이 있었다. 때로는 도움을 주는 듯하다가 배신하는 이들도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태중은 자신이 믿어왔던 가치, 관계, 인간다움 같은 것들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듯한 순간을 여러 번 겪는다.

 

드라마는 태중의 복수 과정이 가져오는 무거움을 숨기지 않는다. 복수는 통쾌함만 있을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그 과정이 더럽고 피곤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조각도시’의 줄거리는 단순한 액션이나 쾌감 중심의 서사가 아니라, 한 인간이 맨몸으로 잿더미를 뒤지고 거기서 진실을 찾아가는 느낌에 가깝다.

후반부로 갈수록 요한의 목적이 단순한 악의나 사적인 복수가 아니라, 인간 사회의 구조를 이용해 자신만의 세계와 규칙을 만든다는 쪽으로 확장된다. 태중의 싸움은 개인적인 복수를 넘어서, 도시 전체에 스며 있는 어둠과 마주하는 싸움이 된다. 그래서 드라마 전체가 ‘도시’라는 공간을 하나의 거대한 적처럼 사용한다. 어두운 골목, 음습한 빌딩, 침묵하는 권력, 무표정한 얼굴들… 모두가 태중을 옥죄는 조각처럼 느껴진다.

 

2) 등장인물 — 흑백이 아닌 회색의 인간들

● 박태중(지창욱)

지창욱이 그동안 여러 장르에서 보여준 연기 중에서도 가장 무겁고 건조한 느낌을 준다. 태중은 단순히 착하고 억울한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의 감정은 복잡하고, 때로는 무력하고, 때로는 잔혹해지기도 한다. 인간이 극한에 몰렸을 때 어떤 얼굴을 갖게 되는지 지창욱이 아주 세밀하게 만들어낸다.

 

● 안요한(도경수)

요한은 ‘악역’이라는 말만으로 표현하기엔 훨씬 더 다층적이다. 도경수는 특유의 조용하고 담백한 얼굴로 오히려 더 소름돋는 인물을 만들어낸다. 표정 하나 크게 바뀌지 않는데, 그 속에서 차갑게 흐르는 광기가 있다. 감정의 결핍이 아니라, 감정을 이용하는 데 능한 타입. 그의 철저함과 계산 능력은 태중에게 가장 큰 위협이고, 시청자에게는 가장 큰 긴장감이다.

 

● 주변 인물들

드라마의 또 다른 특징은 조연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들까지 ‘입체적’이라는 점이다. 태중을 돕는 사람도, 방해하는 사람도 모두 뚜렷한 각자의 이유가 있고, 삶의 무게가 있다. 누구도 100%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도움을 주고, 또 다음 순간에는 자신을 위해 태중을 버린다. 이 예측 불가능함이 드라마 전체 분위기를 더 현실적이고 차갑게 만든다.

 

3)총평 —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무게감 있는 복수극

나는 ‘조각도시’를 보면서, 단순한 재밌는 드라마를 본다는 느낌보다는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무너진 조각들을 모아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따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 작품은 결코 ‘가볍게 볼 드라마’가 아니다.

● 복수극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 범죄 스릴러의 장르적 재미도 챙기면서,
● 그 안에서 인간 심리를 아주 깊고 정교하게 파고든다.

도시의 분위기와 연출, 배우들의 강도 높은 감정 씬, 복잡한 서사가 묵직한 양감을 이루고 있어서, 한 회가 끝날 때마다 넓은 숨을 한번 쉬어야 할 정도다. 특히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요한의 진짜 목적과 태중의 내면 변화는 단순한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라, 인간과 도시, 진실과 거짓, 정의와 복수 같은 무거운 상징들을 끌어올린다.

마지막 회까지 갔을 때 시청자에게 남는 건, 단순한 결말의 시원함이 아니라 “나였다면 어떻게 견뎠을까?”라는 종류의 질문이다. 그래서 조각도시는 스토리의 강렬함과 잔인함 속에서도 진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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